반의사불벌죄 규정, 온라인 스토킹 범죄 등 한계 존재해

  지난 3월 23일(화) 서울특별시 노원구에서 세 모녀가 살해되는 일명 ‘김태현 사건’이 밝혀지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미약한 스토킹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발의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3월 24일(수) 국회를 통과했지만, 해당 법률로는 스토킹 범죄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 점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따라다니며 피해자에게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스토킹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해왔지만 처벌 수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지난달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접수받은 스토킹 범죄 112신고 건수는 △2018년 6월부터 12월: 2,772건 △2019년: 5,468건 △ 2020년: 4,515건 △2021년 1월부터 2월: 629건이었다. 지난해 신고된 4,515건의 스토킹 범죄 중 89.2%에 해당하는 4,027건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피해자에게 스토킹 고소 절차를 안내하는 등의 수준에서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나머지 488건은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정도의 처벌에 그쳤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이를 경범죄 처벌법에서 정의하는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에 스토킹 범죄를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3월 24일(수)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스토킹에 대한 처벌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22년 만이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로 규정했다. 또한 이를 지속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범죄 가해자에게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더불어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 혹은 이용한 스토킹 범죄 가해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어 경찰이 스토킹 범죄 발생 우려가 있거나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스토킹 처벌법만으로는 스토킹 범죄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검사가 기소할 수 없으며, 기소 이후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형사 재판을 종료해야 하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합의를 종용해 2차 가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는 “스토킹 범죄는 친밀한 관계에서 관계 중단을 요구할 때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의 협박이나 재범 염려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수 있는데,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넣은 것은 피해자에게 또다시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 라고 지적했다.

  또한 스토킹 처벌법이 다양한 유형의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정의는 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스토킹’ 등의 다양한 행위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형태로 스토킹이 시도되고, 그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스토킹 범죄는 스토킹 행위들을 나열된 방식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추가되면 법리를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스토킹 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행위로 규정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스토킹 초기 단계에 범죄가 발생할 경우에는 지속성과 반복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해당 법률로는 김태현 사건처럼 스토킹 초기 단계에서 저지르는 범죄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지난달 28일(수)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고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여가부는 성폭력 등 보호 시설을 활용해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게 △의료 지원 △법률 지원 연계 △상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가부 김경선 차관은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명확해진 만큼 한 명의 피해자라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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